알래스카 조약

1867년 3월 30일 미국 국무장관 윌리엄 헨리 수어드(William Henry Seward, 1801~1872)의 명령으로 미국이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러시아령 아메리카를 720만 금달러에 매입한 사건을 말합니다.

미국의 영토획득지도, 출처 : 위키백과
알래스카 조약의 배경
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지리멸렬한 그레이트 게임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크림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는 캄차카반도에서 영국과 두 번의 전쟁을 벌이면서 페트로파블롭스크항을 강제로 포기해야 했으며 매각 당시 바다 건너 당시 영국령이었던 캐나다와 국경을 접한 알래스카의 방비를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모스크바와 가깝기라도 한다면 어떻게든 알래스카 방비가 되었겠지만 문제는 험난한 시베리아를 넘어 7,000 km나 이격되어 있어서 직선거리 기준으로 봐도 서울에서 바그다드에 맞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멀어서 관리가 어려웠습니다.
알래스카 이전에도 러시아인들은 캘리포니아까지 진출해 포트 로스(Fort Ross) 요새를 건설해 멕시코의 스페인 세력과 맞닿았던 적도 있었지만 본토에서 너무 멀어 유지하기 힘들어 1842년 자진 철수했던 전력이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러시아의 알래스카 경영도 한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도 알래스카에 자원이 많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으나 알래스카 바로 옆에 캐나다를 식민지로 삼고 다스리던 적국인 영국에게 빼앗기는 것보단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고 당시 영국에 적대적인 미국에게 팔아치우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당시 캐나다가 영국령이었기 때문에 알래스카는 영국이 노리기 쉬웠고 알래스카가 넘어간다면 최악의 경우 캄차카반도를 비롯한 시베리아 동쪽까지 영국에게 빼앗길 위험이 있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알래스카 방비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런 최악의 사태는 면하고자 알래스카를 떠오르던 북아메리카 지역 강국이었던 미국에게 넘김으로써 간접적인 국경 폐쇄, 즉 중간 지대를 만들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갖고 있어봐야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러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본토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게 알래스카를 처분한 게 이 조약의 원인이라고 보면 정확합니다.

미-소 냉전 때문에 잘 와닿지 않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최대 적국은 영국이었으며 이제 막 신생 지역 강국으로 떠오르던 미국과의 관계는 딱히 나쁠 이유가 없었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지금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경영하기 힘들어도 그렇지 귀중한 영토를 팔아치우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제정 시절부터 현재까지도 러시아의 중추지, 주요 도시들과 인구 밀집 지역과 곡창 지대는 대부분 우랄산맥 서쪽 유럽 러시아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랄산맥 동쪽 지역의 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시베리아 횡단 철도마저 개통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대규모 병력 이동이 불가능해 러시아는 알래스카는커녕 동시베리아조차 지키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동시베리아의 통치력과 군사력이라고는 카자크 군벌만이 전부였고, 황제가 시베리아 카자크에 중세식 지방 자치 형태로 통지권을 위임하면서 분쟁을 만들지 말라고 철저하게 당부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조건에서 악명 높은 베링 해협 너머 존재하는 러시아령 아메리카까지 개척하고 방어하라는 것은 국력 낭비이자 어불성설임이 당연했습니다.
또한 역사적, 민족적 영토 의식이 나름 존재했던 유럽 본토 지역과 달리 당시 아메리카는 토착 민족이 싸그리 쓸려나갔으며, 수많은 제국주의 열강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무법 지대였다는 것을 잊어선 곤란합니다.
세계화가 충분히 이루어진 현대라면 설령 본국에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텅 빈 땅이라도 국제 사회의 눈치가 있어 타국이 함부로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그 정도로 미개척지가 없기도 하지만. 하나 당시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배 주인이 바뀔 정도로 힘의 논리가 앞섰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러시아에게 있어서 '알래스카'는 오랜 기간 점유해 온 국가의 고유한 영토도 아니고 빈 땅에 깃발만 겨우 꽂아놓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제 막 개척을 해야 하는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기후와 본국과의 거리 때문에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알래스카보다 가깝고 땅으로 이어진 시베리아 개척도 백성들이 정착을 꺼려서 죄수들을 강제 이주 시키거나 토착민 포섭을 통해 겨우겨우 할 정도였는데 그보다도 더 동쪽에 위치한 지역이라니 어느 정도로 험난했을지는 뻔할 뻔자 입니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 본토와 가까웠으니 상대적으로 개척할 여지가 있었으며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개척시켜 나가 그제서야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그 미국도 1930년대는 되어서 알레스카에 비행기가 다니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야 제대로 된 개척이 시작됐을 지경이니 러시아에게 왜 그 당시에 땅을 싸게 팔았냐고 따져봐야 의미가 없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제국은 타 유럽 국가가 남부 맹방과 북부 연방 사이에서 고민하던 남북 전쟁 초기부터 꾸준히 에이브러햄 링컨의 미국 연방을 지지했으며 금과 같은 자원을 미국 연방에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이런 러시아의 지원에 대해 전쟁 이후 뭔가 갚아야 했지만 아무것도 없이 러시아한테 현금을 주기는 그렇고 수어드는 알래스카 매입을 대가로 러시아한테 돈을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마침 러시아도 이미 재정적 한계에 부닥치던 상황이라 알래스카 매입을 대가로 남북 전쟁 때 빌려줬던 자원의 대가를 받아냈습니다.
즉, 당시 '수어드의 냉장고' 라면서 미국 내부에서 신나게 씹어대던 것 역시 당대의 시각에서는 그냥 말 그대로 가뜩이나 없는 살림 짜내서 고작해야 '초거대 얼음'을 산 것이 맞았습니다.
결국 러시아가 원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알래스카로 인해 실제로 영국과 미국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알래스카 지도를 보면 주노 지역이 해안을 따라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은 알래스카 지역을 구입한 뒤 점차 해안 지역을 따라 영토를 더욱 확장했다. 이 알래스카 회랑 지역을 프라이팬 손잡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팬핸들(panhandle)이라고 불렀는데 이 팬핸들이 계속 확장되면서 영국령 캐나다는 태평양 연안을 모조리 상실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로 인해 영국과 캐나다는 1903년 팬핸들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정을 맺었습니다.
1825년 영국-러시아 협정에서 불분명했던 경계선 정의('해안선에 위치한 산의 정상부를 따른다' 등)를 명확히 하여 현재의 국경선을 확정하였습니다.

알래스카 조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
당시 미국에서는 "자원도 없고 온통 얼어붙은 황무지를 뭐 그리 비싼 값에 사는가?"라면서 반대 여론이 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약을 주도한 수어드의 이름을 딴 '수어드의 얼음 상자(Seward's Icebox)'와 '북극곰 정원(Polar Bear Garden)'이라는 멸칭이 붙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인구로 채울 수 없는 영토의 부담을 안았다. 현재 공화국 영토 안에 있는 인디언 원주민들을 다스리기에도 벅차다. 우리는 지금 국가가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을 더 늘려서 우리를 더 힘들게 하려고 눈을 불을 켜고 찾아서 추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입 비용이 높고, 매년 행정 비용이 들고, 민간과 군사 비용이 점점 많이 계속해서 들 것이다. 할양될 영토는 국가 영역과 인접해 있지 않다. 불편하고 위험한 거리에 그 영토가 떨어져 있다. 조약은 비밀리에 준비되었고, 오전 4시에 서명되고 억지로 합의되었다. 그날 밤에 악행이 일어난 것이다.... 뉴욕 월드에서는 '다 빨아 먹은 오렌지'(sucked orange)라고 했다. 그 땅은 털짐승밖에 없고, 거의 멸종 위기가 올 때까지 사냥해 버렸다. 앨류시언섬과 남쪽 해안까지 뻗어 있는 좁은 해협을 제외하고는 그 땅은 증여물의 가치가 없다.

오늘날 생각하기에는 "알래스카처럼 광대한 영토와 자원을 겨우 2,000억~3조 원 정도로 구입하는 것이 도대체 뭐가 아까울까?"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당시에는 알래스카는 얼음만 있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로 여겨졌고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일찍이 1,500만 금달러(2025년 기준 기준 1.5억 달러)를 주고 영토를 2배로 늘린 적도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얼음덩어리로 보이는 땅에 700만 금달러를 내는 것은 아무래도 아까웠을 것입니다.
당시 알래스카의 주요한 (그리고 유일한) 수익원이었던 모피는 러시아인들의 남획으로 19세기 중반에 이미 알래스카 해달은 멸종 위기 단계여서 말 그대로 단물이 빠졌고 19세기 중반의 미국은 아직까지 패권주의적이라기보다는 폐쇄주의적인 국가였습니다.

실제로 국무장관인 윌리엄 수어드가 이 땅을 산 이유도 자원을 노린 거라기보다는 러시아와 친선을 다지는 한편 북미 대륙에서 러시아의 세력을 제거하고 당시 영국 영토였던 캐나다를 견제하기 위한 거였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게다가 남북전쟁 때 러시아 제국이 미국 북부를 도와줬던 걸 생각하면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위해 뭔가 하나 건수를 만들어줘야 했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2025년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게 뭔 헛소리인가 싶겠지만 당시 미국의 주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영국이었고 바로 위에 붙어있는 캐나다 땅은 여차할 경우 영국에 붙어서 다시금 미국을 식민 지배 시대로 되돌릴 교두보였습니다.
거기다가 위치적으로 볼 때 알래스카는 미국이 아시아로 나가기 좋은 진입로인 동시에 러시아의 아메리카 교두보이기도 했으니 전략적인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땅은 없었습니다.
사실 의회에서 부결될 뻔했으나 찰스 섬너 의원의 지지와 주미 러시아 공사 에두아르드 폰슈퇴클(Eduard von Stoeckl)이 뿌린 로비 자금과 선전전 덕분에 통과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치인들 입장에서 그런 거고, 괜히 유럽 열강(캐나다를 영유하던 대영 제국)과의 마찰이 생길 수도 있는 지역을 거금을 주고 산다는 것은 당시 미국인들의 교육 수준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수어드는 알래스카에서 금과 석유 등 천연자원이 나와서 진가가 나올 때까지 전미의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알래스카 조약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위에서도 언급하지만 당시 제정 러시아도 아무런 생각 없이 멍청하게 알래스카를 팔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보면 그레이트 게임이 한창이던 시절이었고 당대 러시아의 가장 큰 적국은 미국이 아니라 영국이였습니다.
영국의 몰락은 오늘날 미국이 몰락하는 것 같이 당시 사람들로서는 상상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영국의 국력
이 본격적으로 무너진 것도 뒤이은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서였습니다.
1차 세계 대전은 당시 전 세계를 주도하는 유럽 서구권 국가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은 예상치 못한 대사건입니다.
즉 시간이 지나서 영국이 세계적인 패권을 상실해서 러시아가 왜 저렇게 행동했나 이해가 안 되는 것이지 당시 대영 제국은 후대에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막강했으며 그 당시 세계 패권도 영국이 쥐고 있었고 러시아로서는 국가 전략을 실행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영국이였습니다.
지금이야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유럽의 열강들엔 못 미치는 떠오르는 신흥 강국에 불과했음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미국 독립 전쟁이 끝난 지 100년, 미영 전쟁이 끝난 지도 50년밖에 안 된 당시 기준으로는 미국과 영국이 조건만 갖춰지면 다시 적국이 될 가능성은 충분했으며 러시아는 어차피 지켜내지 못할 땅이라는 인식으로 러시아령 아메리카를 영국에 뺏기느니 차라리 영국의 잠재 적국 중 하나이자 당시로는 유럽 열강보다는 덜 자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미국에 판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1,524 mm 광궤를 최초로 채택한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철도를 건설할 때 미국인 기술자를 초청하고 미국 기술을 도입했을 정도로 당시 러시아 제국과 미국과의 관계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래스카를 판 돈 720만 달러도 자국 철도 부설에 잘 썼기 때문에 러시아가 손해만 봤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알래스카가 러시아가 팔아서 얻은 이득에 비해서도 너무나 알토란 같은 땅이 되어 버려서 그 이득이 무색해졌을 뿐입니다.

알래스카의 현재 가치
이 알래스카 거래로 미국은 러시아를 견제하고 캐나다를 발판 삼아 영국이 태평양에 진출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 함으로써 태평양 제해권의 기반을 얻게 됨과 동시에 무궁무진한 자원이 있는 땅을 얻게 되었습니다.
알래스카에서 금, 철광석, 석탄, 그리고 석유가 쏟아져 나온 덕에 미국은 적은 비용으로 쏟아져 나오는 자원의 가치로 엄청난 이득을 냈고 결과적으로 알래스카에 매장된 지하자원만 팔아도 구입을 할 때 쓴 비용을 상쇄하고 남았을 정도였습니다.
당장 금부터 석유까지 별의별 자원이 나왔으며 특히 석탄은 그 매장량이 세계 1위였다. 일단 이민자가 들어오고 나서 집 지을 땅을 파보니 사금이 나오기 시작했고 골드러시로 이어졌고 당시 석유 가치는 6,0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략적/지정학적으로도 알래스카 땅은 엄청난 큰 가치가 있었는데, 훗날 미국이 소련과 냉전으로 대립하게 되면서 알래스카가 갖는 이점은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 미국 영토가 된 알래스카에 위치한 앵커리지에 군사 기지를 만들어 소련-러시아와 대치하는 최전방 기지로 삼았습니다.
냉전 시대에 소련의 아메리카 진출을 전진 봉쇄 하는 카드로 쓸 수 있었으며 러시아의 북극해 독점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소련은 해군력과 공군력에서 자신들보다 우위를 점하던 미국과 태평양, 북극해로 떨어져 있어서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만일 알래스카를 팔지 않아 북극해의 패권을 소련이 틀어쥐었다면 냉전의 판도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알래스카에 설치했을 군사 기지를 통한 전략적 우위나 알래스카에 묻혀 있는 자원을 고려한다면 말입니다.

이상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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